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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뒤늦게 정주행을 시작한 독자분들도 많아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가의 온갖 비리를 처리하다 죽은 비서가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간직한 채,
그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태어난다는 설정의 드라마입니다.
배우 송중기가 연기한 '진도준'이라는 인물이 가상의 기업인 '순양그룹'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후계 다툼을 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순양그룹은 현실의 삼성그룹을 연상하게 만든다는 점도 화제가 됐습니다.
순양그룹 재벌가의 경영권 다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순양생명'이라는 보험회사인데 드라마에선 순양생명을 손에 넣으면 사실상 순양그룹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그려졌어요
현실의 삼성생명도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의 총수라 불리는 데도
삼성생명의 역할이 큽니다.
그런데 올해 삼성생명을 겨냥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소위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 법인데 이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선 꼭 필요한 법'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법이 삼성전자 주가와 한국 자본시장에 큰 충격을 줄지도 모른다'라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삼성생명을 겨냥한 법이 왜 삼성전자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까요?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삼성생명이 왜 중요하다는 걸까요?
보험회사가 꼭 지켜야 할 원칙
삼성생명을 겨냥했다는 이 법안의 명칭은 '보험업법 개정안'입니다.
보험회사들이 지켜야 할 원칙들을 정해놓은 '보험업법'을 보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우리는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을 하는데 일정한 보험료를 보험사에 지불하고
사고가 나면 보험금을 받습니다.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여기저기에 투자하면서 돈을 불립니다.
그런데 보험사가 아무 데나 투자를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보험 고객들의 돈으로 투자한 회사가 망하기라도 하면 큰 일이죠
최악의 경우엔 보험사를 믿고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이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보험업법은 보험사들이 특정 회사에 편중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놨습니다.
흔히 '보험회사 3% 룰'이라고 불리는 내용인데 보험회사가 한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보험회사가 보유한 총자산의 3% 이내로 제한한다는 내용입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유명한 투자 격언처럼 말이죠
보험업법을 보완하겠다는 '보험업법 개정안', 일명 삼성생명법은 이 원칙을 더욱 까다롭게
적용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 건 이 법안이 사실상 삼성생명을 겨냥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싸게 산 삼성생명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5억 주 넘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전체 주식 수의 약 8.8%에 달하는 엄청난 양 이죠.
이쯤 되면 계란을 나눠 담으라는 보험업법 규정에 걸릴 법도 합니다.
현재는 별 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앞서 말한 '3% 룰'은 주식을 취득할 당시의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생명은 40여 년 전, 지금은 5만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가가 1000원쯤 할 때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그래서 취득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가치는
5500억원 정도밖에 안 됩니다. 삼성생명의 총자산이 300조 원 정도 되니까 0.2%가 채 안 되고,
당연히 '3% 룰'에도 안 걸립니다.
삼성생명법의 핵심은 '3% 룰'의 기준을 취득 당시 주가가 아닌 현재 주가로 바꾸자는 거죠.
앞서 말했듯 지금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이 넘는데 현재 주가로 기준을 바꿔 계산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30조 원 수준입니다. 삼성생명의 총자산인 300조 원의 10%에 달합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3%를 초과하는 나머지 7%, 약 21조 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됩니다.
삼성전자 주주들 중엔 삼성생명법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조 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식이 쏟아져 나오면 당연히 주가도 내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삼성생명 입장에서도 꼬박꼬박 배당금이 나오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하는 게 내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삼성생명이 중요한 이유
삼성생명법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그룹의 핵심은 삼성전자인데 우리가 '삼성'하면 떠올리는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은 모두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입니다.
그런데 삼성그룹을 이끄는 총수인 이재용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6% 남짓입니다.
그렇다면 이재용 회장은 어떻게 삼성그룹의 총수라 불릴 수 있는 걸까요?
그는 삼성물산 지분 약 18%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그리고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 정도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약 8.5%를 보유한 최대 주주입니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고 최대주주는 가장 영향력이 큰 주인이겠죠
삼성전자의 주인은 삼성생명이고, 삼성생명의 주인은 삼성물산이니까 결국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의 주인이 되는 겁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삼성전자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삼성생명 지분 약 10.4%도 직접 보유 중입니다.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데 삼성생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삼성생명법이 국회를 통과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대거 매각하면 이 연결고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이재용을 삼성그룹의 총수라고 부르기
어려워질지도 모르는 거죠
왜 법을 바꾸겠다는 걸까?
삼성생명법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삼성생명 보험 가입자가 낸 보험료가 이재용 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에 사용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주요 금융회사들도 투자를 하고 자산을 불릴 때 여러 법의 제약을 받는데
이 법은 대부분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적용이 됩니다.
유독 보험사만 예외적으로 취득 가격기준을 적용받는다는 거죠
다른 금융회사들 입장에선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거죠
법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까?
앞서 말했듯 20조 원이 넘는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이 시장에 풀리면 주가가 하락해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겁니다.
삼성생명이 과거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할 땐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법을 바꾼 다음에 강제로 주식을 팔라고 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거죠
삼성생명법, 진짜 통과되는 걸까?
삼성생명법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요?
사실 이 법안이 처음 등장한 건 2014년이고 당시엔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서
국회를 통과하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했던 이 법이 최근 들어 다시 국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금융당국 역시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올해 삼성생명법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 그룹이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다 보니 삼성생명 고객과 삼성전자 주주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삼성생명법과 삼성전자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