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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휴무일

목차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한 달에 두 번 쉰다

    집 근처 대형마트가 쉬는 날이어서 장을 볼까 했지만 못 본 경험들은 다들 있으실 거예요

    현재 전국 다수의 지역에서 매달 둘째. 셋째 주 일요일엔 대형마트가 문을 닫고 있습니다.

    이마트나 홈플러스,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규정해놓은 법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제 대구에서는 주말에 대형마트 가기 전에 휴무일인지 찾아볼 필요가 없게

    된다고 합니다. 주말에 항상 정상 영업을 하게 된 거예요. 

    19일, 대구시가 광역시.도 중에는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대한 방침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달라진 방침은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라고 해요

    대형마트, 왜 주말에 쉬는 걸까?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는 2012년에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습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운영시간을 제한하겠다는 겁니다.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형마트 휴무일

    당시 여기저기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시장 상인들의 생계가 위협받을지 모른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에요. 대기업의 무분별한 신사업 진출을 제한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적합 업종 제도와 도입 취지가 비슷합니다.

     

    *적합 업종이 뭘까요?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생계형 적합업종'은 영세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말 그대로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진출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협할 만한 업종들을 

    지정하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2011년에 도입됐고, 2019년부터는 

    법적 강제력을 조금 더 강화한 '생계형 적합업종'을 지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제도는 법적인 강제력에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 업종을 지정하는 구체적인 과정과 지정 기간이

    조금 다르다는 점 등을 제외하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던 업종들은 기간이 만료되면 생계형으로

    다시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제일 먼저 나선 건 서울시이고 매달 둘째. 넷째 주 일요일엔 대형마트가 영업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이후 부산과 대구, 인천 등 6개 광역시에서도 같은 내용의 규제를 적용했어요.

    왜 하필 일요일일까요? 사람들이 쇼핑을 제일 많이 하는 건 주말이기 때문입니다.

    주말 영업을 제한하는 게 전통시장에 더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본겁니다.

     

    대형마트, 쉬는 날 왜 바뀌는 걸까?

    최근 의무휴업일 제도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취지와 달리 전통시장 보호 효과가 딱히 없고, 엉뚱한 업체들의 배만 불려준다는 주장이죠.

    정부는 법의 내용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 왔습니다.

    법은 변하지 않은 상황이라 대구시는 일단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꾼 겁니다.

    이 법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주장의 근거로는 크게 세 가지 정도 꼽을 수 있습니다.

     ① 대세는 '온라인 VS 오프라인'

     이제 대형마트가 영업을 안 한다고 전통시장이 이익을 보는 구조가 더 이상 아니라는 거죠.

     온라인 쇼핑이 워낙 편리해졌고 외출할 필요 없이 클릭 혹은 터치 몇 번이면 문 앞까지 원하는

     상품을 배달해 주기 때문입니다. 대형마트에 못 가게 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가는 게 아니라

     온라인 쇼핑을 한다는 거죠.

     의무휴업일 제도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전통시장 규모가 조금 커지긴 했지만,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이제 대결 구도는 

     '오프라인 쇼핑 VS 온라인 쇼핑'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굳이 대형마트를 규제할 필요가

     있냐는 거예요.

    대형마트 휴무일
    자료 : 통계청, 중소벤처기업부

    오전 0시부터 10시 사이에 대형마트 영업을 금지한 '영업시간제한' 규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고 합니다. 요즘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쇼핑 업체들이 '로켓 배송'이나 '새벽 배송' 등

    빠른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앞세워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건 막대한 돈을 들여 전국 각지에 물류센터를 세워놓았기 때문이죠.

    고객과 가장 가까운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배송하면 되니까요.

     

    사실 대형마트 업체들은 빠른 온라인 배송 서비스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대형마트를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위한 물류센터로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죠.

    마트에서 물건을 팔면서 동시에 창고로도 쓸 수 있어요.

     

    그런데 의무휴업과 영업시간제한 때문에 이 방법은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물류센터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24시간 가동해야 하는데 문을 닫는 시간 동안 대형마트를

    온라인 배송 사업에 활용하는 것도 금지 됐다고 해요.

    결국 멀쩡한 시설을 놔두고 새로 물류센터를 만들 수밖에 없는 거죠.

    대형마트 휴무일

     ② 주변 상권만 죽어

     생각지도 못했던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주변 상권이 위축된다는 건데 한 연구기관이 2020년에 폐점한 대형마트

     7곳 주변 상권을 분석해봤는데 대형마트 한 곳이 폐점하면 반경 1km 상권의 매출이 4.8정도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주말에 대형마트에 가려고 외출했다가 겸사겸사

    근처 식당에  가거나, 마트 외에 다른 곳에서 돈을 쓰는 경우도 있다는 거죠.

    대형마트 휴무일
    자료 : 한국유통학회

     실제로 대구시가 이번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할 때, 주요 이해 당사자인 대구지역

     상인들과도 협의했는데 이들 중 일부가 먼저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고 해요.

     이에 대구지역 대형마트 업체들은 주차장을 시장 손님에게도 개방하기로 약속하면서

     화답했다고 합니다.

     ③ 반사이익은 엉뚱한 곳으로

     대형마트 영업 규제로 엉뚱한 기업들이 이익을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형마트 규제 대상은 '매장 면적이 3000㎡(약 900평) 이상인 대규모 점포' 혹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점포'입니다.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할인점이나 슈퍼마켓은

     규제 대상이 아닌 거죠. '식자재마트'라고도 불리는 이런 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0년을 기준으로 국내 식자재마트 사업체는 1800여 개로 2014년에 비해 74%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사실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는 보기 어려운 식자재마트 업체들에게만

     좋은 일을 시켜주고  있다는 거죠.  대형마트가 영업을 안 하는 날엔 소비자들이 휴업일이 다른

     근처  대형마트로 몰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형마트는 둘째. 넷째 주 일요일에 쉬는데 경기도 등의 일부 지역에선

     의무휴업일을  수요일 혹은 토요일로 지정해놨기 때문이죠.

     이 지역의 대형마트들을 분석해봤더니 둘째. 넷째 주  일요일 매출이 첫째. 셋째 주 일요일보다

     최대 60%까지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좀 멀더라도 대형마트를 고집하는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에 제도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거죠.

    대형마트 휴무일
    자료 : 마트 업계 종합

    대형마트 휴무일, 반대하는 사람은 없는 걸까?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놔둬야 한다는 거죠.

    대구지역 상인들과 달리, 여전히 많은 전통시장 상인과 소상공인 단체들은

    '이 제도가 지금까지 골목상권 보호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합니다. 대구시가 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꾼 것처럼, 지역별로 현실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시행 중인데 제도 자체를 없앨 필요는 없다는 거죠.

     

    대구시 대형마트 근로자들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옮기는 것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평일에 쉬는 것과 일요일에 가족과 함께 쉬는 건 엄연히 다르다는 거죠.

    대형마트는 주말이 대목이고 제일 바쁜데 이런 날엔 쉬고 싶어도 회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죠.

    의무휴업일이 주말이면 한 달에 두 번이라도 주말에 남들 쉴 때 같이 쉴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대구시의 결정은 시와 대형마트 측 대표, 상인연합 대표 등이 모여 합의한 결과입니다.

    대형마트 근로자 측은 '10년 전에는 노동자를 포함한 각계의 의견을 반영해 만들고 적용한 법인데,

    왜 이 법의 적용 내용을 바꿀 땐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느냐'라고 주장합니다.

    대구시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면서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도 주말 영업 제한이

    사라질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법을 바꿔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언제 쉬어야 하는가'는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는데

    대구시의 결정은 전국 대형마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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